2025년, 전통을 지키는 동시에 새로운 미각을 추구하는 사케 업계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바로 ‘깻잎 사케’라는 이색 조합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트렌디한 술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깻잎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지만, 일본 사케와 만나 전혀 새로운 풍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향긋한 깻잎 향과 사케 특유의 감칠맛이 어우러져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며, 특히 한식과의 궁합이 뛰어나 미식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글에서는 깻잎 사케가 탄생하게 된 배경과 그 맛의 특징, 실제로 출시된 브랜드 제품들, 그리고 음식과의 페어링 팁까지 차근차근 소개해보겠다.
1. 깻잎 사케는 왜 생겼을까?
깻잎은 한국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향채 재료다. 삼겹살을 싸 먹을 때, 쌈밥을 먹을 때, 혹은 조림이나 김치에 들어가 독특한 향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깻잎이 사케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처음엔 생소하게 들리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논리적인 조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몇 년간 한국 음식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를 반영해 사케 양조장들도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깻잎은 특유의 향긋함과 알싸한 느낌이 입안을 정리해주기 때문에, 전통적인 사케의 묵직함을 상쇄하면서도 새로운 개성을 부여할 수 있는 재료로 주목받았다. 특히 퓨전 요리를 취급하는 고급 레스토랑이나 바에서는 사케를 전통주가 아닌 ‘경험의 술’로 재해석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깻잎이 하나의 유니크한 키워드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깻잎 사케는 단순한 맛의 변화가 아니라, 동서양 식문화의 융합이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현재 일본의 도쿠시마, 효고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한국식 재료를 활용한 '푸드 인퓨전 사케'를 소량 생산하고 있으며, 깻잎은 그 대표적인 재료로 꼽히고 있다. 수출을 염두에 둔 제품 기획도 이뤄지고 있어 앞으로도 관련 제품이 점점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2. 깻잎 사케의 풍미와 브랜드 3가지 소개
깻잎 사케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역시 그 향이다. 병을 열면 퍼지는 깻잎 특유의 향긋한 풀내음이 먼저 코를 자극하고, 마시는 순간 은은한 알싸함이 혀를 감싼다. 쌉싸름하면서도 깔끔한 뒷맛 덕분에 일반 사케보다 더 개운하게 느껴진다는 후기가 많다. 다행히 최근에는 다양한 브랜드에서 깻잎 사케를 선보이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① ‘카츠야마 아오바 사케(勝山青葉酒)’ – 일본 효고현에서 생산되는 이 제품은 신선한 생잎(아오바)을 발효 전 침출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깻잎과 비슷한 풍미를 내는 일본산 허브를 사용했지만, 최근 한국 수출용 버전에는 실제 깻잎 추출액이 들어간 특별판도 있다. 맛은 가볍고 청량하며, 뒷맛이 허브티처럼 맑다.
② ‘도깨비 브루어리 깻잎 사케’ – 서울 마포의 수제 사케 양조장에서 출시한 이 제품은 100% 국산 깻잎을 사용한다. 깻잎 향을 살리기 위해 저온 침출 방식과 단시간 발효 기법을 사용했고, 목 넘김이 굉장히 부드럽다. 은은한 단맛이 느껴지고, 깻잎의 향은 처음보다 마신 후에 더 짙게 올라오는 편이다.
③ ‘사케+K 한정판’ – 일본 오이타현의 유명 사케 브랜드가 한국 CJ와 협업해 출시한 제품이다. 한국 시장 전용으로 만들어졌으며, 깻잎 추출물을 첨가해 ‘한식에 최적화된 사케’로 콘셉트를 잡았다. 맛은 가벼운 바디감에 달지 않으며,
매운 음식과 함께 마실 때 궁합이 뛰어난 편이다.
3. 어떤 음식과 어울릴까? 페어링 꿀팁
깻잎 사케는 무엇보다 음식과의 페어링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깻잎의 향은 매운 음식, 기름진 음식과 잘 어울리는 성질이 있어서, 한식과 조합했을 때 시너지가 크다. 예를 들어 삼겹살, 보쌈, 갈비찜 같은 고기류와 함께하면 깻잎 사케가 느끼함을 잡아주고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매콤한 김치찌개나 제육볶음과 함께 마시면, 깻잎 향이 강한 음식의 풍미를 더해주며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를 만든다. 또 회, 간장게장, 새우장 등 해산물 요리와도 잘 맞는다. 생선 특유의 비린 맛을 잡아주고, 깻잎의 향긋함이 입안을 산뜻하게 정리해주기 때문이다. 마시는 방법에 따라 느낌도 달라진다. 시원하게 냉장 보관한 깻잎 사케는 향이 깔끔하게 살아나고, 따뜻하게 데워 마시면 깻잎 향이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최근에는 하이볼처럼 탄산수나 유자청을 섞어 마시는 방식도 인기인데, 이를 통해 칵테일 느낌으로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릴 뿐 아니라, 소화에도 도움을 준다는 인식 덕분에 식전주, 식중주 모두로 활용 가능하다. 특히 한식당이나 한식 퓨전 레스토랑에서 활용하면 음식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만들어주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깻잎 사케는 단순한 이색 술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 식문화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깻잎이라는 친숙한 재료가 사케라는 전통주에 녹아들며 만들어내는 조화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미식 경험을 제공한다. 다양한 브랜드에서 시도되고 있는 깻잎 사케는 이제 실험이 아닌 트렌드가 되었으며, 특히 한식과의 페어링에서 큰 강점을 지닌다. 사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면, 깻잎 사케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다. 오늘 저녁, 향긋한 깻잎 사케 한 잔으로 새로운 맛의 여정을 시작해보자.